전영선
tv 뉴스에서는 내한한 앨빈 토플러의 얘기가 나왔다. "한국은 디지털 혁명에서는 어느정도 잘 하고 있지만, 빨리 생명공학과 우주공학을 연구하여 제3의 혁명에 대비해야한다." 솔직히 이런 얘기를 들을때마다 마음이 심란해진다. 요즘 더더욱 빠른것을 강요하는 시대가 불편하기만 하다. 밀란 쿤데라의 이 소설은, 빠름을 강요하는 시 시대에 대항하여 느림의 미학을 다시금 되내이자고 역설한다. "속도는 망각을, 느림은 기억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하는 이 작품에는, 지은이에 의해 소개되는 19세기말 소설속 인물들과, 현대의 한 곤충학자 벵상의 시점 사이를 넘나들며 전개된다.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인물은 모두 하룻밤 사랑에 의해 버림받았는데, 전자는 관능적인 기억을, 후자는 서글픈 망각을 선택한다. 그리고 현대인에게, 속도에 의해서 망각하는건지, 망각하고자 속도를 내는건지에 대해 넌지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밀란 쿤데라의 [느림]은 삶의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할 때 읽어볼 만한 책이다. 그러나 너무 스트레스에 쌓였을 때에 읽기에는, 복잡하고 난해한 어구들이나 뭔가 의미심장한 작가의 내면을 비비꼬아 표현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좀 머리아프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느림'은 이 시대에 던지는, 어떻게 보면 가장 절박한 화두일는지도 모른다.

제품명	느림
판매가격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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