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문화일보> 우리는 이 세상에 놀러왔다. 젊은 문화비평가 김지룡(34)씨의 새책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성공한다가 전하는 주제다. 책이 차지하고 있는 문화적 위치는 경계선이다. 이른바 근대적 생활태도를 전복시키고 탈근대적 생활윤리를 발언하는, 근대와 탈근대의 접점, 프런티어에 그의 책이 서 있다. 그의 발언을 탈근대 시대의 정체성 찾기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바로 그의 제언들이 생활 속의 탈근대성 발견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공부하러 이 세상에 온 것처럼 젊은 시절 내내 공부병에 시달려야 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이 세상에 우리가 온 목적은, 사실은 놀기 위해서야"라고 말하는 그의 메시지는 기존 우리 사회 통념에 비춰 다분히 전복적이다. 즐겁게 사는 것, 재미있게 사는 것이 성공 이라고 말하는 그의 생활 철학은 근대인의 직업윤리를 확정하고자 했던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켐의 기획, 산업시대 직업인으로서의 구체적인 의무와 정체성을 정리하고자 했던 뒤르켐적 생활윤리의 종언을 알리는 셈이다. 바로 이런 탈근대적 생활윤리가 가지고 있는 전복성이 그의 책을 종횡하는 매력이자 장점이다. 실제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그의 전 책 "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도 이런 문제의식을 일본문화 들여다보기에 대입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책은 바로 그의 탈근대적 생활윤리 전도사로서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거창하게 규정할 때 그런 얘기이지만, 속화시킬 때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쾌하고 단순하다. 출세하려 하지 말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성공 신화에 사로잡혀 전국민이 앞으로 앞으로만 달리는 동안 우리는 실패 콤플렉스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그는 실패했을 때는 리셋(Reset)을 눌러라라고 말한다. 그의 리셋론에 대해 리셋을 눌러도 다시 충분히 복구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는가라는 비판은 접어두고라도, 똑똑한, 그리고 언제든지 기득권층으로 복귀가 가능한 인자의 자신감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삶이 얼마나 많은 리셋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말한다. 공부만 요구하는 고등학교가 싫어서 검정고시를 택했지만, 그는 이 새로운 리셋을 통해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최고의 직장에 다녔지만 직장의 부조리를 견디지 못해 그만 두고 다시 리셋, 일본으로 건너가 문화비평가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그가 정리하는 탈근대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생활태도는 다음과 같다. "내가 겪어 본 바로는 야망을 버린 삶,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 콤플렉스가 없는 삶이 재미있는 삶이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야망을 품어서 행복할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20대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대는 야망을 품은 만큼 콤플렉스만 남을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될 것이다. 왜? 야망이라는 것은 무한 성장을 신봉했던 지난 시대의 가치 기준이기 때문이다."

제품명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성공한다
판매가격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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