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평범한 제목이다,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하지만 여기 실린 사람과 동물의 이야기는 너무도 잘났다. 수의사 헤리엇의 경험담을 콩트 형식으로 펼쳐나간 이야기 모음집으로 영국 요크셔 주민들의 일상사가 다채롭게 담겼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대에 입대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50세가 될 때까지 요크셔 지방을 떠난 바 없는 그였으니 할 말이 오죽이나 많았겠는가. 게다가 직업이 온동네 가축을 돌보는 수의사라서 안 가본 집이 없고, 그 집주인의 성격이나 버릇을 모를 리도 없었다고.

자연히 이야기는 곁가지가 붙어 풍성해진다. 글의 골격만 보자면 '병이 난 집동물(암소, 말, 돼지, 닭, 개...)을 깨끗이 치료해주었다'가 되겠지만 헤리엇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동물을 치료하러 가기까지의 이야기, 가면서 든 생각, 치료과정에서 발생한 예기치 않는 해프닝 등을 시시콜콜 끼어넣기 때문이다. 덕분에 책은 동물들의 이야기면서 이웃사촌들의 개성을 톡톡히 보여주는 마을 일지로 탈바꿈한다.

물론, 가축 돌보는 이야기가 뭐 재밌겠느냐고 반론을 제기할 사람도 없진 않겠다. 그런 독자라면 어릴 때 보아왔던 '동물의 세계'를 떠올리되 다큐멘터리가 아닌 시트콤 형식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면 된다. 거기에 말솜씨, 글솜씨, 재치 만점의 제임스 헤리엇을 초대하면 이 책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는 것.

그래도 성에 안차는 이들에게는 액자식 구성의 '헤리엇 공군 체험기'가 남아있다. 집에 두고 온 새색시에게 온통 마음이 쏠려있는 이 불량한 군인 아저씨를 보고도 웃음이 안 터진다면, 그건 당신에게 센스가 없다는 뜻일 게다. (안타깝게도!) - 최성혜(2001-09-28)

제품명	아름다운 이야기
판매가격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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