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地下) 밀실(密室). 땅 밑이라 하면 응당 칙칙하고 음습한 기운을 느껴야 하건만 여기는 전혀 달랐다. 청신한 향 내음, 같은 무게의 황금보다도 열 배나 더 값어치가 높다는 선인향(仙人香)이 백옥 향로에서 모락모락 연기를 피워 내고 있었으며, 천장에는 별만큼이나 많은 야광주들로 채워져 제각기 크고 작은 빛을 발했다. 사방 석벽은 파리가 낙상할 만큼이나 매끈하게 다듬어져 마치 거울처럼 빛을 반사했다. 바닥에는 천축(天竺) 상인으로부터 구입한 양탄자가 빈틈없이 깔려져 구름을 밟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단향목과 상아(象牙)를 정교하게 조각해 제작한 가구들은 하나같이 명장(明匠)의 솜씨임을 증명했다. 장방형의 탁자를 둘러싼 의자들엔 근엄한 표정의 칠(七) 인(人)이 각기 좌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오남이녀(五男二女)였다. 장인태감(掌印太監) 사비악(史飛岳), 태천왕(太天王) 주유광(朱流光), 황사(皇師) 불성대선사(佛成大禪師), 오군대독(五軍大督) 왕인방(王仁放), 대제학(大提學) 현학선생(賢學先生), 옥귀비(玉貴妃), 설아군주(雪雅君主) 주운림(朱雲林). 이들이 누구인가? 하나같이 자금성의 실세(實勢)로 손꼽히는 인물들이 아닌가? 엄청난 신분을 지닌 이들이 어찌하여 이토록 야심한 시각, 이 은밀한 장소에 모였단 말인가

제품명	승상지존부
판매가격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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