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눈앞에서 놓친 친구의 생명, 그것으로 목숨을 부지했다는 죄책감.
만월… 어둠, 밤의 세상을 빛으로 밝혀주던 그 잔인한 달 아래 드러난 고향의 폐허.
사랑하는 사람들의 시신, 그리고 홀로 남겨졌다는 절망감.
깨어나란 낮은 목소리에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 밤을 되돌린다.

잊고 싶어 심연 속으로 꺼져 들어가고 있었던 것인데….
떠올리고 싶지 않아 도망친 것인데.
겨우 돌아온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다… 죽었어…."
"… 그래."

꿈이라 생각하며 도망가고 싶었다.
회피하고 싶었다.

"나만 두고… 모두 다… 죽어버렸어…, 흐윽… 윽…."

하지만 인정해야 한다.

쉴새없이 젖어드는 뺨과 귓가에 울리는 남의 것 같은 울음소리….
모든 것은 낯설었지만 닥쳐온 현실은… 존재했으므로

- 죽지마, 절대 죽지마…. 그리고 꼭 살아남아!

그리고 일생에 단 하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지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