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로 리뷰

‘빨간 기와’의 안과 밖, 혹은 문화혁명의 안과 밖
메르세데스 소사와 빅토르 하라의 노래를 종일 귀에서 떼지 않은 날, 《빨간 기와》를 읽었다. 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만남이라니…….
‘10년 동란’, 혹은 ‘호겁’, 중국인들에게 문화대혁명(이후 문혁)은 그렇게 기억된다. 대다수 중국인은 물론 많은 작가들은 아직도 문혁의 자장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차오원쉬엔의 《빨간 기와》 역시 그렇다. 그러나 이전의 상흔소설들, 지식인이 문혁 속에서 얼마나 당했는가, 나는 얼마나 상처받았는가, 눈물로 호소하는 허다한 상흔류 작품들과 이것은 다르다.

늘 궁금했었다. 중국사람들에게 문혁은 무엇이었을까. 다이후우잉의 소설 《사람아 사람아》, 위화의 소설 《살아간다는 것(活着)》, 장이모우의 영화 ‘인생’, 치엔카이거의 ‘패왕별희’에서 우리는 문혁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주구파에 대한 비판, 토끼몰이식 인민재판, 북대황, 그 황량한 벌판으로의 하방 등 문혁은 지식인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찢기운 삶 속에 각박하게 그 자락들이 노정됐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문혁은 과연 지식인들이 모택동의 문화혁명식 정치적 복권의 희생양으로 화한 중국현대사의 블랙홀인가.

문혁시기(1966-1976) 중 전반기를 시공간으로 한 《빨간 기와》는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 중 하나를 보여준다. 놀라운 것은 한 시골 중학생의 눈에 비친 당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이다. 자전적 성장소설이라 해야 할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입버릇처럼 배고픔을 말하고, 친구가 사주는 돼지머리 고기를 얻어먹으며 그 헛헛함을 달래곤 한다. 그러나 한참 자라날 나이의 식욕과 애욕, 지적 호기심이, 나이에 걸맞는 수줍음 속에 동시대의 사람들의 삶의 곳곳에 가 닿아, 학교에서 터득한 지혜와 지식보다 더 소중하게 사람들과 삶을 터득해나간다.

빨간 기와의 안과 밖, 문혁에 관한 한 주인공과 그 또래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다. 그들은 파괴자였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이 소설 속에서는 기증언된 중국현대사 속의 문혁과 그들이 하나이면서 별개이다. 주인공은 문혁 당시를 ‘세상은 마치 물이 말라 가는 연못처럼 변해갔다’고 표현한다. 그는 홍위병의 한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문혁의 주역으로, ‘혁명적 대연계’에 참가한다. 그러나 챠오안, 빠단 등과 달리 주인공은 그 ‘혁명적 대연계’를 통해 외부세계를 처음 접하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희, 소기평선생님과 동료학생들)를 재구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맞는다. 문혁 역시 그를 키워낸 성장의 자양분이었던 것이다.

문혁 안의 이러한 일상의 삶이 있었다니, 중국문학 전공자인 나 역시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거기엔 사람이 있고, 애증이 있고, 웃고 떠들고, 울고 부는 평상의 삶들이 있었다. 작가는 한 중학생 소년의 눈으로 그 또다른 진실들을 가감 없이 펼쳐냈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을 아버지로 두고도 ‘까만 기와’로 갈 수 없는 소년의 마지막 아픔, ‘가난한 농민 계급의 추천서를 받은 다음에 읍 위원회와 유마지 중학교의 심사를 거쳐서 협상 후 다시 확정되는’ 고등학교 입학자 명단에서 빠져버린 17살 소년의 그 해 여름, 4인방의 횡포 속에 무너지는 지식인의 절규가 아니라 중학교 정문을 나와 새로운 인생 길에 접어들어야 했던 소년의 무더운 그 여름날의 기억 속에 문혁은 새롭게 살아 있다. (백원담/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제품명	빨간기와
판매가격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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