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예술가로, 화려하지만 비운했던 정치가로 조선 말기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우뚝한 삶과 예술을 곡진한 언어로 그린 장편소설 『추사』제1권. 추사 김정희의 정치적 좌절과 오랜 유배가 그의 타협할 줄 모르는 오만함에 있다는 견해와 다르게, 한승원의『추사』는 추사 말년의 삶을 중심으로 삼절(三絶)을 이룬 천재 예술가로서, 북학파의 선구자로서, 세도정치와 당당히 맞선 지순지고한 정치가로서, 양자와 서얼 자식을 둔 한스런 아비로서의 추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선이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에 놀아나는 동안 추사는 북학파의 선구자로 활동하며, 근대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입장을 고수한다. 안동 김씨 세력은, 그들의 세력을 강화하고 보존하기 위해 왕권을 무력화시키고 개혁세력에 대하여는 철저한 응징으로 맞서게 되고, 그런 그들에게 추사 김정희는 누구보다도 눈엣가시였다.

55세(1840년) 되던 해, 추사는 안동 김씨의 역모로 윤상도의 옥사사건에 연루되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오랜 벗 조인영의 상소로 죽음만은 면한 채 제주도로 9년 동안의 긴 유배길을 떠난다. 유배지에서의 삶은 절대고독과의 싸움이기도 했으며, 정치가로서 품었던 높은 욕망과의 싸움이기도 했고, 한 인간일 뿐인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추사는 글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는 일에만 전념하며 끊임없이 욕망을 버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