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감성과 심오한 지성, 폴 오스터
마르코 스탠리 포그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사생아로 태
어났다. 어머니가 죽은 뒤부터 빅터 외삼촌과 함께 살아 왔는
데, 그러다 외삼촌마저 타지에서 죽고 나서는 스스로의 인생
을 소진시키며 살기로 결심하고, 대학을 졸업한 후 소비적인
실업자 생활을 계속한다.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그 해
여름, 무기력하게 살던 아파트에서마저 쫓겨난 그는 공원에
서 부랑자 노릇을 하며 살아 간다. 갈수록 몸이 쇠약해져 죽
을 지경에 이르른 그가 기진맥진하여 쓰러져 있을 때 죽마고
우인 짐머와 우연히 알게 된 키티 우라는 여자에게 발견되어
구출된다. 그는 짐머의 집에서 대충 몸을 추스린 뒤 병든 노
인 토머스 에핑의 말벗으로 취직을 한다. 노인에게 책을 읽
어 주고 산책을 시켜 주는 일이 그가 할 일이었는데, 나중에
는 그의 자서전 쓰는 일을 맡게 된다. 노인이 들려 준 과거는
다음과 같았다.
그는 1916년 풍경화를 그리러 사막으로 떠났다가 행방 불명
되어 사망 처리된 줄리언 바버라는 화가였다. 그는 사막을 여
행하다가 사고로 동료와 안내자를 잃고 혼자서 사막을 헤매
게 되었다. 며칠 동안 뜨거운 사막을 정처없이 헤매던 그는
한 동굴을 발견하고 들어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그 동굴의
주인을 묻어 주고 1년 가량 그곳에서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전주인을 죽인 무법자들이 찾아오자 그는 그들을 죽이고 그
들의 돈을 가지고 이미 자신은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세상으
로 돌아왔다.
돌아온 그는 토머스 에핑으로 이름을 바꾸고 가지고 온 돈을
투자하여 큰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늘 사막에서의 자신의 행
동에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러던 어느날 밤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해 척추가 부러지는 사
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되었고, 그는 남은 인생을 휠체어
에 의지하게 되었지만 이를 자신의 죄갚음으로 생각했다. 그
후 파리로 갔다가 2차대전이 발발하자 다시 뉴욕으로 들어와
살아온 것이었다.
토머스 에핑은 포그에게 이 자서전을 쓴 뒤 자기 아들에게 전
해줄 것을 부탁한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가 사막에서 죽은 줄
로만 알고 자라왔으며, 지금은 실력은 인정받지만 그다지 대
접받지 못하는 역사학과 교수가 되어 있었다.
토머스 에핑이 죽은 뒤 포그는 그 자서전을 그의 아들에게 보
내 주었고, 얼마 후 어마어마하게 비대하고 대머리인 그의 아
들 솔로몬 바버를 만나게 된다. 솔로몬 바버는 부임 초기에
한 여학생과의 스캔들이 문제가 되어 지방의 작은 대학들을
전전하고 있는 교수였다. 솔로몬 바버는 웬지 포그에게 친밀
하게 대해 주면서, 아버지가 사막으로 떠나 죽은 것으로 알
고 자라온 자신의 과거와 정신병으로 시달리던 어머니, 그리
고 심각한 비대증과 탈모로 우울증에 시달렸던 젊은 시절에
대해 얘기를 해준다. 그리고는 포그에게 아버지 줄리안 바버
가 지냈던 사막의 동굴을 찾아 떠나자고 제안한다.
키티 우와 가슴 아픈 이별을 한 후 포그는 자포자기의 심정으
로 그 제의를 받아들인다. 그리고는 출발에 앞서 먼저 시카고
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와 외삼촌의 묘지를 들르자고 한다. 그
들이 묘지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의 무덤에서 눈물을 흘리는
솔로몬 바버를 보고 포그는 그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 되
고 화가 나서 그를 몰아붙인다.
흐느껴 울던 솔로몬 바버는 뒷걸음질치다가 새로 파놓은 묘
지 구덩이에 빠져 척추를 다치고 병원에서 죽게 된다. 그가
죽은 후 포그는 혼자서 사막의 동굴을 찾아 나서지만 그 자리
는 호수가 되어 물에 잠겨 버렸음을 알게 된다. 그곳에서 자
신이 받은 유산 전부가 들어 있는 차마저 도둑맞은 그는 허탈
한 심정으로 계속 걸어서 사막을 건너가 결국은 해변에 이른
다. 미국을 횡단한 뒤 바다에 이르러 그는 어둠 속에서 밤하
늘로 솟아오르는 노랗고 둥근 보름달을 만난다

제품명	달의궁전(양장본)
판매가격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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