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안화령 작가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특유의 잔잔한 흐름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어느 순간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게 만드는 안화령 작가만의 색깔을 지닌 작품이다.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의 첫 느낌 역시 강하지 않다. 그러나 마지막 느낌은 매우 다르다.
주인공 치우와 승현의 이야기는 옆에 있는 친구처럼 은근하고 끈질기게 다가온다.
그것은 마치 아는 누구의 이야기인 양 주인공을 걱정하게 만든다. 그리고 같이 아파하게 된다.
“어느 순간 주위를 돌아보면 글 속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그런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로맨스라는 장르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미화와 극적 장치는 필요하겠지만 너무 완벽해서 허구적으로 느껴지는 사랑보다는
1% 부족하지만 현실에 존재함직한 주인공들을 그려내려고 합니다.”
픽션과 논픽션이 뒤섞인 시대. 그룹 총수가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아들의 앙갚음을 해주는, 비현실 같은 이야기가 뉴스로 나오는 시대.
현실적인 듯하면서 현실적이지 않고,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지만 현실의 이야기.
로맨스 소설이 가진 특유의 비현실성은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다.
이 경계를 넘어가는 순간, 로맨스 소설은 또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그 확실한 예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랑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린 남자
그 남자 때문에 사랑을 믿지 않게 된 여자

5년 전 이맘때였다. 지독하게 나쁜 남자를 만난 때가…….
잊고 싶은데, 머릿속에서 깡그리 지워버리고 싶은데 그러면 그럴수록 그에 대한 기억은 뼛속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를 잊지 못하는 자신의 어리석음이 끔찍하게도 싫었지만,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독하게 공부에만 매달려보기도 하고, 술에 취해 몇 달을 보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애쓰며 발버둥을 쳐도 지워지지 않았다.
그 앞에서 바보처럼 매달린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마치 화상 자국처럼 기억 속에 새겨져 심한 자괴감과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몇 년 동안 계속된 혼돈 끝에 얻은 결론은 잊는 대신 기억하자는 것이었다.
그가 얼마나 나쁜 사람이었는지, 얼마나 지독하게 자신을 내쳤는지, 또 그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아팠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가슴속에 새겼다.
그 상처를 되씹으며 다시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제품명	사랑하지않는것보다
판매가격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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