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고 싶을 땐 이 피리를 불어요.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내가 달려갈께요."

"태양이라 부르던 당신을 꽃이라 부르고, 해바라기였던 난 벌이되고, 나비가 될 거예요.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않는 당신에게 나비가 되고, 벌이 된 내가 날아갈 거예요. 바로 지금처럼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던 채영은 무릎으로 그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의 하얀 손으로 그의 손을 꽉 쥐었다.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깜짝 놀란 태훈은 두 눈만 휘둥그레 뜨고 채영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가 다가가면 물러서지 말고 그 자리에 있어줘요.

내가 손을 잡으면 그 손안에 당신의 손을 맡겨줘요.

내가 다가간 만큼 다가오지 않아도 좋아요. 그냥 그 자리에…

그 자리에만 있어줘요. 벌들은 꽃에게 구애를 해요.

늘 찾아가죠. 그렇게 그들은 사랑에 빠져요. 그리고 구애를 받은 꽃들은 자신의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을 선물해요.

그것이 바로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이죠.

언젠가는 오빠도 마음 속 깊이 간직한 달콤한 꿀을 나에게 주고 싶을 때가 있을 거예요.

그때까지 난 끊임없이 다가가고, 자극하고, 기다릴 거예요."


12년을 기다렸습니다.
이제 그 기다림은 끝났습니다.
그리움의 끝에선 나는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