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란고등학교의 ‘가디록’이라는 엘리트 독서그룹을 중심으로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엮어 가는 인간관계에 대한 내밀한 보고서. 화려한 분위

기와는 달리 어두운 가정사 때문에 냉소적인 얼음공주 김동경. 남성적인 외모와 성격으로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지만 자신에게 냉담

한 동경에게서 진정한 우정을 보는 이루다. 빛나는 외모와 다정한 성격으로 누구에게나 호감을 받지만 그 뒤에 공허한 내면을 숨기고 있는 선

우람. 그리고 그런 그의 그늘을 단번에 직시한 후 절친한 친구가 되는 포커페이스 김준휘.

이루다의 오빠이자 선우람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자유로운 사고방식의 소유자 이루리.

그런 그의 맘을 앗아간 람의 소꿉친구이자 부드럽고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 권재련 등. 다양한 개성과 아픔을 지닌 인물들의 이야기가 CD에 담

겨진 노래를 듣는 것처럼 트랙별로 나뉘어 펼쳐진다. 인물들이 지닌 각자의 주관적인 시각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기 때문에 시공간이 중첩 또는

역행하면서 같은 에피소드들이 매번 새롭게 비춰지는 독특한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인간이 성장하는 데 있어 가장 근본적인 토양이라할 수 있는 인간관계, 그것을 경험하면서 겪는 가장 예민한시기의 내면의 혼란과

그로 인한 자아발견의 과정을 섬세한 캐릭터설정과 심리묘사를 통해 효과적으로 형상화해내고 있다.

특히 작가는 우리가 흔히 판단의 잣대로 삼는 온갖 사회적 기준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거나 반(反)하기까지 하는 인물들을 중심에 세움으

로서 그 기준들에 의해 소외되고 상처받는 이들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한다.

왕따 당하는 김동경, 자신의 성(性)과 반대되는 외모의 이루리, 동성 선배를 사랑하는 선우람 등은 우리의 학창생활을 돌아봤을 때 쉽게 이해

받지 못했을 인물이다.

흔히 학원물이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주류를 이뤄왔던 장르임을 감안할 때 그 시절을 통과하는 인간의 내면적인 풍경에 주목하고 그것을 진지

한 화법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색다른 성장만화로 기록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