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이따위 산적질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미친놈이 내 목에 현상금을 건 그날부터 운명의 여신(女神)은 날 버렸다. 놈은 내 모가지를 베어오는 자에게 은자 한 닢을 준다고 했다. 겨우 은자 한 닢을 말이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지. 금 한 냥도 아닌 겨우 은자 한 닢에 사람을 죽여 달라고……? 하지만 놈은 심각했다. 놈은 살수들을 찾아다니며 울며불며 애원하고 있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미친놈이 어디 있담. 나는 놈을 상종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미친놈을 상대하다가 나도 함께 미친다면 곤란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이렇게까지 잔혹해지지는 않았을 거다. 그의 이름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살수(殺手)였다. 그를 만나자마자 내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내 목에 걸린 현상금을 보고 그가 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쩌면 그 미친놈의 작은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삼류 살수인 그가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었다. 그가 웃었다. 도저히 미소 지을 것 같지 않았던 그의 안면 근육이 실룩거리며 엷은 웃음이 입가에 번졌다. 그는 내게 물었다. ＂그 모가지가 은자 한 닢짜리 모가지냐?＂ 그는 조롱하듯이 묻고 있었다. ＂겨우 은자 한 닢이라니? 최소한 두 닢은 돼야지 내 칼에 피를 묻힐 수 있다. 아하하하핫!＂ 아! 그때의 비참함이란……. 내 자존심은 무참히 짓밟혔고, 나는 콱 혀를 깨물고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은자 한 닢짜리 모가지! 그래서 결심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이 수치만은 씻어 버리리라고

제품명	비검강호
판매가격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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